지글러 교수님.
귀하의 탁월한 유기금속화학 연구는 뜻밖에도 새로운 중합 반응으로 이어져,
새롭고 매우 유용한 산업 공정의 길을 열었습니다.
과학과 기술에 기여하신 공로를 인정하여, 왕립과학원은 귀하께 노벨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학원의 축하 인사를 전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타 교수님.
귀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공간적으로 규칙적인 구조를 가진 거대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이 발견의 과학적·기술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전모를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 공적을 높이 평가하여 노벨상을 수여하고자 합니다.
학원의 최고의 축복을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필립스사가 우연히 발견한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의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무렵,
거의 동시기에 1953년 독립적인 저압방식 고밀도 폴리에틸렌의 중합에 성공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티타늄-알루미늄 유기금속 촉매로 에틸렌을 상온 저압에서 고분자화 하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는 독일의 화학자, 지글러(Giegler)였습니다.
그리고 1954년 지글러가 개발한 유기금속 촉매를 이용하여 에틸렌 뿐만 아니라, 프로필렌을 고분자화 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이탈리아의 나타(Natta)는 그때까지 고무처럼 흐느적 거려서 구조재로 쓰기 어려웠던 당시의 폴리프로필렌과는 달리,
규칙적인 입체제어를 통해 “같은 ‘합성수지’라도 물성을 완전히 다른 클래스”로 끌어올렸습니다.
재료를 발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시대를 연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조과정에서 지글러-나타 촉매가 사용될 만큼 위대한 성취를 이룬 것이지요.
그리고, 그 업적을 인정한 1963년 스웨덴왕립과학원은 지글러와 나타를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합니다.
위 그림은 에틸렌이라는 가스를 지글러 나타 촉매와 함께 반응기에 넣어 플라스틱 알갱이(Slurry)를 만들고 여과장치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낸 후, 세척하고 드라이시켜서 최종적으로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을 만들어 내는 과정입니다. 이 공정의 놀라운 점은, 이전의 제조 방식(LDPE)에서는 고압(수천 atm)·고온(200℃ 이상)에서만 에틸렌을 연결해서 폴리에틸렌을 만들 수 있었는데, 지글러-나타 촉매를 사용하여, 보통압력(1-10atm 정도)과 상온(60~80℃ 정도)에서 가능해 진 것입니다. 그리고 나타는 규칙적인 입체제어를 통해, 프로필렌을 고분자화하는데 성공하여 폴리프로필렌을 만들어 냅니다.
19세기 말까지 어렵게 코끼리 상아를 구하고 가공해서 당구공을 만들던 인류는,
이제 천연가스에 풍부히 있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상온과 저압에서 의도적으로 중합하여 최고의 플라스틱을 소유하게 된 것이죠.
“이 발견의 과학적·기술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전모를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노벨상 심사위원들로 부터 위와 같은 평가를 받은 폴리프로필렌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전모를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지글러도 나타도 그리고 당시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상상한 것 이상이 아닐 까요?
좋은 플라스틱은 어떤 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할 까요?
경량성: 가벼울 수록 좋겠지요.
PP는 동일한 크기 금속·유리보다 훨씬 가볍고, 흔한 플라스틱 중에서도 밀도가 최저급(약 0.90g/㎤)이어서 포장, 자동차 경량화에 유리합니다.
내열성: 열에 강할 수록 변형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PP는 녹는점 대략 130–170 °C 범위이기에 뜨거운 물·음식·가전 주변 부품을 잘 버팁니다.
내화학성: 화학약품에 쉽게 부식되거나 해서는 사용에 제한이 있겠지요.
PP는 산·염기·염류에 대체로 강한 내화학성을 보여서 세제통, 화학용기, 배관 부품에 많이 쓰입니다.
절연성: 전기,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성질입니다.
PP는 전기·전자제품의 하우징, 커넥터 몸체 같은 절연 부품에 적합합니다. (비극성 폴리올레핀이라 전기 손실이 낮음)
유연하면서도 강함 : 유연성은 깨지지 않으면서 휠 수있는 중요한 장점입니다.
PP는 리빙 힌지(샴푸 뚜껑처럼 수천~수백만 번 접는 얇은 경첩)에 대표적으로 쓰입니다.
비친수성: 물을 흡수한다면 치수변화, 성능변화가 많고 습기에 의한 오염의 위험이 있습니다.
PP는 흡수율이 매우 낮아 습기에 의한 성능 변화가 작습니다. 욕실·주방용품, 필터 지지체 등에 유리합니다.
투명성: 투명하다면 내용물을 볼 수 있어서 사용범위가 넓어집니다.
최근에 개발된 초 고투명 랜덤 폴리프로필렌은 투명 용기(쇼케이스 포장, 식품 용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좋은 물성은 전부 다 가지고 있죠.
다이아몬드 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조용한 영웅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죠.
어쩌면 공기처럼, PP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일상에 스며들어 활약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