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 LDPE는 안되고, HDPE는 된다고? PE는 같은 거 아닌가?
지난 편에서 1933년 영국 ICI가 개발한 폴리에틸렌(PE)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것은 엄밀히 구분하면 고압공정이 필요한 저밀도 폴리에틸렌이었습니다. (LDPE)
그리고 전선 피복·포장재 등으로 대성공을거두었지요.
단, 초기 모든 제품이 그렇듯이 단점 또한 존재했습니다.
피복제나 포장재등에는 문제 없지만 기계적 강도가 다소 약하여 다양한 제조에는 한계가 있었지요.
또한 저밀도 PE는 특수한 환경, 즉 고온, 고압에서 가공이 되었기에 생산비용이 높았습니다.
필연적으로, “더 강하고,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PE”에 대한 수요가 생겼습니다.
PE가 개발된 후, 약 20년이 지난 1951년 미국 기업 필립스석유(Phillips Petroleum필립스페트롤리엄)의 연구실에서
엄청난 일이 우연히 발생합니다.
필립스 석유회사의 연구원 호건과 뱅크스(Hogan & Banks)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천연가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그중 한 실험이 프로필렌으로 가솔린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실험도중 크로뮴 산화물 기반 촉매(Phillips catalyst)에 의해 하얀 고체가 생성되는 것을 발견하게됩니다.
뜻하지 않은 폴리 프로필렌 합성수지가 만들어 진 것이죠.
호건과 뱅크스는 즉시 상부에 보고하고 가솔린 개발 프로젝트를 중지한 후, 플라스틱 개발의 프로젝트에 매달립니다.
이 촉매는 프로필렌 뿐만 아니라, 에틸렌에도 중합작용을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물은 놀라왔습니다.
당시 최고의 플라스틱재료로 인기가 높았던 폴리에틸렌과는 보다 밀도가 높고 결정성이 커서
더 단단하고 열에 강한 물성의 플라스틱이 만들어진 것이죠.
낮은 압력에서 생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고온, 고압이 절대적 생성조건이었던 기존의 폴리에틸렌 개발 공정과는 달리,
훨씬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이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폴리에틸렌을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High Density Poly Ethylene) 플라스틱으로 명명하였습니다.
그때부터 기존의 PE는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Low Density Poly-Ethylene)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마침내 저압에서도 쉽게 제조가 가능하고 더 단단한 플라스틱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죠.
최고의 품질로 훨씬 싸게 제공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손에 넣은 필립스사는 장미빛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그리고 즉시 양산 설비를 구축, 야심차게 말렉스(Marlex)라는 고밀도 폴리에틸렌 재질 플라스틱 재료을 시장에 내놓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시장의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습니다.
당시 플라스틱 가공업체들은 기존의 폴리에틸렌(LDPE) 등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거 어디다 쓰지?”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었어요.
야심차게 출시한 말렉스는 이렇다할 판로를 찾지 못했고 차차 재고가 쌓여갔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돌았습니다.
한편, 스포츠, 레저, 놀이도구를 만드는 미국 켈리포니아 Wham-O사는 새로운 재료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출시합니다.
신재질 플라스틱 고밀도 폴리에틸렌(HDFE)으로 제조한 플라스틱비행접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리즈비입니다.
제품 포장 전면에, “깨지지않는 폴리에틸렌(UNBREKABLE POLYETNYLENE)으로 만들어 부드럽고 안전하다”는
문구를 크게 적어 놓은 이 제품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성공의 작은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HDPE 플라스틱 재질의 우수함이 증명되자 WHAM-O사는 준비하고 있던 신제품 출시를 서두릅니다.
그것은 호주 아이들이 즐겨하는 대나무 고리(BAMBOO HOOP) 놀이도구에서 착안한 것이었죠.
1958년, 그렇게 또하나의 HDPE 플라스틱으로 아이들의 놀이도구가 만들어지고, 이 신제품은 2년간 무려 1억개의 판매고를 올리는 역사적인 히트를 치게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훌라후프가 탄생되는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폴리에틸렌은 전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을 맞이 하게 됩니다.
HDPE의 원제조사인 필립스 또한 당연히 말렉스를 공급합니다.
폭증하는 수요에 필립스사의 재고물량은 단번에 소진되었고, 생산이 공급을 쫓아가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필립스사가 HDPE를 세상에 내어 놓은지 약 7년이 경과한 1958년,
이 저렴하고 가벼운 플라스틱은 훌라후프의 폭발적 유행과 맞물려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이 등장으로 기존의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플라스틱이 진출할 수 없었던 분야까지 거침없이 진출해 갑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 중에 가스레인지에 돌려도 되는 것 중 하나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입니다.
기존의 폴리에스텔(LDPE)은 낮은 내열성( 105~115℃)과 저밀도의 물성을 가진 까닭에, 고온 환경에서 변형의 위험이 있어 전자레인지 사용허가를 받지 못합니다.
뜨거운 열에 녹거나 변형되어서 음식물에 섞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에 비하여, HDPE는 고밀도로 변형이 적으며, 융점도 125~135℃로 레인지에서 사용하기엔 충분한 내열성을 가지고 있기에 국내 식약처에서도 PP와 함께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PE는 HDPE의 개발과 함께 전세게 제조업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으로 발전해 갑니다.
폴리에틸렌(PE)의 특성 (LDPE & HD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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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화학성 우수 : 산, 염기, 대부분 용매에 안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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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절연성: 전선 피복·절연체로 활용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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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율 거의 없음(소수성) : 물과 습기에 강한 것은 내 화학성과 함께 위생에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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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 (비중 약 0.91~0.97) : 가벼운 재질은 모든 제조업체에서 선호하는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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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가소성 재질로 가공성 우수 : 압출, 사출 등 대부분 가능합니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입니다.
사회적으로 석유화학 대량생산 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원료인 에틸렌(석유 정제 부산물)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PE는 단가 경쟁에 매우 유리합니다.
또한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은 고압공정,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은 저압촉매공정으로 안정화 되어 있어 대량생산에 유리합니다.
PE는 그 범용성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안보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대표적인 플라스틱으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포장재·용기·배관·의료·방산까지 전방위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의 비닐, 밭을 덮은 검은색 비닐, 전기를 공급하는 전선의 피복, 식품용 랩도 모두 폴리에틸렌입니다.
비닐봉지는 물론이고, 노란색 혹은 초록 색깔의 단단한 플라스틱 장바구니, 각종 과자나 음료, 상품 등을 담은 포장재, 포장용 필름,
우유가 담긴 종이팩에도 폴리에틸렌이 얇게 코팅되어 있지요.
종이팩의 양면을 흡습성이 낮고 내 화학성이 강한 폴리에틸렌으로 코팅하게 되면 종이가 액체에 젖거나 새지 않고, 외부 균의 침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1. 포장재·필름류 (LDPE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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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식품 포장지, 과자 포장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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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필름, 멀칭 필름(밭 덮는 검은 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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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용 랩, 우유팩 내부 코팅
2. 용기·생활용품 (HDPE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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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병, 세제통, 물통, 플라스틱 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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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세제 병, 파이프, 쓰레기통
3. 산업재·건축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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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관, 가스관, 케이블 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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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절연체, 방수 시트
4. 특수 용도 (UHMWPE: 초고분자량 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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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복 섬유, 의료용 임플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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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로프, 슬라이딩 베어링